기다림

                                                변 종 환

▲ 사진제공: 변종환

오늘 참 많이 걸었네
여기 잠시 앉아 쉬면서
산복사꽃 같은 그대를 생각하려네
생각은 마음으로 이어지고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내게 잠시 젖어오는데
아늑한 저 어둠 속으로
그대 걸어서 오시려나
그리움으로 매듭지는
사랑의 끝은 항상 다가오네
전생의 고향 길처럼
지나온 그 길에서
헤아리고 또 헤아리던 것들
그냥 잊어버리기로 하지
그대 만난 것이 고맙고
생각만으로도 은총이네
내 육신을 감춘 숲 그림자
흘려보낸 날은 얼마나 험했는지
생각하면 참 많이도 걸어왔네

*작가 노트

▲ 변종환 시인

『화』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분노조절’이 안 되는 이 시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들 자신의 마음이나 다스리는 것일 수밖에 없다. 우리의 삶을 옥죄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것은 ‘기다림’이다. 기다린다는 것은 자신을 청정하게 하며 유유자적하게 한다. 우리의 삶은 ‘기다림’이다. 살아간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도 기다림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기다림의 미학은 절실해진다. 좋은 인연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것도 기다림이다. 생각하면 참 많이도 걸어왔다.

변종환 시인은 현재 부산진구문화예술인협의회 회장이며 전 부산광역시문인협회 회장과 부산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시집으로「송천리에서 쓴 편지」외 다수, 산문집으로『餘滴』외 2권이 있다. 부산PEN문학상 대상 · 한국예총예술문화상 등 다수를 수상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