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

                                                         조 승 래

졌다가
다시 피는 꽃

보았다,
지켜보다가
돌아가는 나를

나도
꽃이다
그녀에게는

갔다가
노랗게 물들어
되돌아 올

* 작가 노트

▲ 조승래 시인

자연의 시계와 뭇 생물들은 우리들 모르게 교신을 함이 틀림없다. 얼음이 온 사방에 있는 겨울에 추워 벌벌 떨 때에도 발아래 가만 살펴보면 파란 싹이 트고 있고, 물이 흐르고 있는데 봄이 오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꽃들도 지난 해 떠날 때 말끔히 지우고 가더니 다시 피어난다. 꽃이 그렇게 갔다가 되돌아오는 걸 보면서 사람도 꽃처럼 되돌아온다고 믿는다. 꼭 윤회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만남의 단절, 절교, 원수 같은 사이가 되었다가도 수습하고 포용하면서 다시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간다. 꽃들도 우리를 보고 있을 것이다. 갔다가 되돌아 올 것을 알고 있으므로 꽃들에게는 우리도 꽃인 셈이다. 개나리처럼 노랗게 물들어 온다. 산수유와 개나리가 노란 색 자랑을 하는 사이, 나비가 왔다 갔다 하면서 중간에서 판결을 내린다. 주문한다, 산수유야 네가 개나리보다 더 노랗다, 개나리에게는 개나리야 네가 산수유보다 훨씬 더 노랗다. 그러니 그렇게 노랗게 봄을 즐겨라. 되돌아 와도 우리는 모두 노랗게 웃는다.

조승래(趙勝來)는 경남 함안 출생으로 2010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몽고조랑말』『내생의 워낭소리』『타지 않는 점』『하오의 숲』『칭다오 잔교 위』등을 펴냈다. 『칭다오 잔교 위』는 2015년 세종도서 문학 나눔에 선정되었다. 한국타이어 상무이사를 거쳐 현재 아노텐금산(주) 대표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로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