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경전

                                                       김 일 태 

나무가 수행자처럼 길을 가지 않는 것은
제 스스로가 수많은 길이기 때문이다

나무가 날지 않아도 하늘의 일을 아는 것은
제 안에 날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가 입을 다물고 있다고 침묵한다 말하지 마라
묵언으로 통하는 나무의 소리가 있다

나무가 아무 것도 보지 못한다고 말하지 마라
제 몸으로 모든 것을 기록하는 나무의 문자가 있다

그러한 이유로 나무에게 함부로 말하지 마라
가지지 않았기에 나무는 경계 없이 우거져 산다

* 작가 노트

▲ 김일태 작가

세상에는 사라져간 것들과 사라져갈 것들만 존재할까?
자연의 한 부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연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저 위대한 자연 앞에 절로 무릎 꿇게 될 내 수련의 끝은 어디인가?
사소한 말에서 관심은 시작되는 법. 그 무엇이건 자신을 최고로 느끼게 해주는 대상에게 최고의 신뢰를 보내는 법. 자연의 모든 생명 있는 것들과 신뢰를 쌓자. 거창한 약속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대화와 소통의 기본은 되어보는 것.
너와 나의 경계를 지울 때 가능해 지는 것. 내가 나로부터 벗어나서 다른 무엇이 되어보는 일은 누군가를 내 안에 두고 비비고 섞으며 열렬히 사랑하는 일. 보자.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김일태는 1998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여, 시집 『부처고기』외 7권을 펴냈다. 시와시학상, 김달진창원문학상, 하동문학상, 창원시문화상, 경상남도문화상, 시민불교문화상 등을 수상하였고, 현재 고향의봄기념사업회 회장, 창원세계아동문학축전 운영위원장, 경남문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