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동인 변호사

얼마 전 부산에 많은 비가 내려 가야굴다리 아래가 침수되었다는 뉴스가 신문 지면에 등장하였다. 매년 여름철만 되면 폭우로 인한 침수 사례가 들려오는데, 이러한 뉴스를 들을 때마다 제발 올해는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를 바라며 마음을 졸인다.

폭우로 인한 피해는 매년 반복되어 왔지만, 근래에 있었던 가장 큰 피해는 2014년 경남 일대에 내린 폭우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온천천이 범람하고 동래 전철역까지 물이 차오르는 등 부산 전역에 피해가 발생하여 일대 주민들이 두려움에 하루를 지새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비가 내릴 당시,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회동저수지 일대에도 많은 비가 왔었는데 저수지에 물이 차올라 근처에 식당들에서 식당집기와 식자재들이 침수되는 피해가 있었다.

이렇게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이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전자제품 등이 고장 나서 입은 손해는 물론이고, 식당 같은 경우 영업을 위하여 쌓아놓았던 식재료 등이 부패하여 쓸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며, 무엇보다 침수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동안 제대로 영업을 할 수 없어 그 동안 발생하는 영업 손실은 금전으로 측정할 수조차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피해는 아무런 배상을 받지 못한 채 피해 주민들이 홀로 이겨내야 하는 시련인 것일까? 관할 행정청이 제대로 수해 방지 대책만 세웠더라면 이와 같은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거나, 손해를 줄일 수 있지는 않았을까? 그렇다면 행정청으로부터 내가 입었던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러한 물음에서 최근에 직접 수행하였던 국가배상 청구사건 하나를 간략하게 언급하고, 자연재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건의 의뢰인이었던 원고는 부산 회동저수지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로, 2014. 8. 부산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원고의 사업장이 침수되어 약 3천만 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 부산광역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 진행 과정에서 피고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로 관리주체인 부산광역시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였지만, 원고는 영업장이 회동저수지의 최고수위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여 결국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이와 같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시설로 인하여 국민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가장 먼저 찾게 되는 법은 「국가배상법」이다.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은 「도로·하천, 그 밖의 공공의 영조물(營造物)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瑕疵)가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하였을 때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손해 배상을 바라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ⅰ)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과 ⅱ) 그 손해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 관리하는 시설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하여야 하고, 이 과정에서 법적 공방이 이루어지게 된다.

위 사례에서는 ⅰ) 원고가 입었던 손해는 영업 손실과 닭, 오리 등의 폐사로 인하여 발생한 비용 상당액이 될 것이고, ⅱ) 설치, 관리상의 하자로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댐의 최고수위 아래에 원고들의 사업장이 위치하였음에도 제방설치 등 아무런 방호조치 없이 지자체가 이를 방치하였다는 사실이 주로 인정되었다. 다만 실제 손해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원고가 영세 사업자였던 관계로 제대로 된 영수증이 없어 손해액을 모두 인정받지 못하였고, 천재지변으로 인한 손해 전부를 국가가 배상토록 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는 견지에서 일부 손해액이 감액되어 원고가 청구하였던 금액 전액이 인정되지는 못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로서도 일부나마 손해가 회복되었다는 점과 자신의 억울한 사정이 법원을 통하여 인정되었다는 점에서 의뢰인이 수마로 인하여 입은 상처를 조금이나마 씻어 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

결국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면, 손해액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수집하고, 관련 시설에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손해를 배상받기 위하여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가뭄에 도랑친다」는 우리 속담처럼, 자연 재해를 미리미리 대비하여 이러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우리의 자세일 것이다.
글 / 변호사 선동인
부울경뉴스 자문위원/부울경신문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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