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덕근 건보공단 해운대지사장

문재인 대통령은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지난 8월 9일 발표했다. 그간 건강보험 혜택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건강보험 보장률이 지난 10년간 60% 초반에서 정체되어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효과가 미흡했다. 이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의 비중이 높아, 국민들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고, 의료비 부담이 개인에게 많이 맡겨졌다는 뜻이다.
* 의료비 중 가계직접부담 비율은 36.8%로 OECD 평균(19.6%) 대비 1.9배(‘14년 기준)이며, 멕시코(40.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

특히, 개인이 부담하는 건강보험 의료비의 상한기준이 있으나, 저소득층은 상한액이 소득대비 높은 수준으로 고액 의료비 발생에 대한 지원체계가 충분하지 못하여 재난적 의료비 경험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 연평균소득 대비 상한금액 비율 : 1분위 19.8%(120만원) vs 10분위 7.2%(500만원)
* 가처분 소득 40% 이상 의료비 발생 가구 비율 : 3.68%(‘10년) → 4.49%(’14년)

따라서, 국민이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의료비 지출로 인한 가계파탄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케어’라 불리는 이 계획은 역대 최고 수준의 재정을 투입하여 건강보험 보장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고, 2중․3중의 보장강화를 통해 건강보험이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현재까지의 모든 의학적 비급여는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하고 새로운 비급여를 차단하게 된다. MRI, 초음파 등 치료에 필수적인 비급여는 모두 급여화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비용 효과성이 떨어지는 일부 비급여는 예비적으로 급여함으로써, 미용․성형 등 치료와 무관한 비급여만 남긴다는 것이다. 또한, 선택진료 전면 폐지, 상급병실(1～3인 입원실) 건강보험 적용, 2만 3천 병실에 불과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참여 병상을 10만개까지 늘려 충분하게 제공 하는 등 3대 비급여를 실질적으로 해소할 예정이며, 비급여 총량관리를 위해 신포괄수가제를 확대하고 민간의료보험과의 관계를 재정립하여 비급여 남용을 방지하는 대책이 시행된다.

둘째, 계층별 개인 의료비 부담 상한액을 적정하게 관리하여 경제․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비 부담을 대폭 경감한다. 중중 치매환자에게 산정특례를 적용하여 본인부담률을 10%로, 틀니․임플란트 본인부담률을 30%로 인하하여 노인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15세 이하 입원진료비는 5%로 줄이며, 난임 환자의 필수적인 시술은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부인과 초음파도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장애인에 대해서는 보조기 급여 대상 확대와 시각장애인용 보장구 등의 기준금액을 인상한다. 또한, 소득 수준에 비례한 본인부담 상한액을 소득 하위 50% 계층에 대해 연소득 10%로 인하할 계획이다.

셋째, 4대 중증질환 저소득 가구에 한정하여 한시적으로 의료비를 지원하던 재난적 의료비 지원 사업을 제도화하여 질환 구분 없이 소득하위 50%까지 소득수준에 따라 지원 기준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이 가구에 대해서는 사회복지 체계와 연계하여 지원하도록 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2년까지 30.6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며, 20조원 규모의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 일부를 활용하고 국고지원 및 부과기반 확대 등 수입기반을 확충하는 대책과 합리적인 의료이용, 사후관리 강화, 예방중심의 건강관리 등 재정절감 대책도 병행하여 보험료 인상률은 통상적인 수준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국민의료비 부담은 18% 감소(‘15년 기준 50.4만원 → 41.6만원)하고 비급여 의료비 부담은 64% 감소(’15년 기준 13.5조 → 4.8조)하여 보장률은 70%로 높아져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획기적으로 경감되고, 저소득층의 고도한 의료비 부담으로 인한 가계 파탄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인 지출구조 안정과 필수 서비스에 대한 보상을 강화함으로써 ‘지속가능하고 의료비 걱정 없는 건강보험’이 실현될 것이다.

국민의 건강을 개개인이 아닌 국가가 책임진다는 것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가장 큰 의미이다.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의 초석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민, 이해관계자는 지혜를 모을 시점이다. 앞으로 5년, 10년 후에는 선진국 평균수준 이상으로 보장성을 확대하는 또 다른 계획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글 / 최덕근 국민건강보험공단 해운대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