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신두 동래구의회 의원

흡연은 암, 심혈관계질환, 폐질환 등의 주요 발생 원인으로, 담배로 인한 우리나라 사망자수는 연간 56,000명(1일 150명)이며, WHO 발표에 의하면 간접흡연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매년 60만명이 사망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우리나라 최초로 담배 폐해를 과학적으로 규명하였다. 2013년 8월 27일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가 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흡연으로 인한 건강위해성 및 재정손실 규모 등을 분석한 연구 발표자료에 따르면, 흡연자의 암 발생률은 6.5배 높고, 매년 1조7천억원(2011년)의 진료비 손실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흡연자 130만명(아시아 최대 규모)을 19년간 추적관찰하여 분석한 결과로 그 신뢰도는 매우 높다고 하겠다.

 이번 연구결과는 흡연 피해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연구 결과물로서 국내에서 처음 발표되었기에 언론 등의 관심과 사회적 반향이 컸다고 본다.

 흡연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액 1조 7천억원을 담배 제조회사로 부터 보전받는 다면, 건강보험료체납으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173만명의 절반을 구제해 줄 수 있고, 진료수가를 6% 인상하여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장성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인 선택진료비(1조 3천억원) 문제를 해소하거나, 상급병실료(약 1조원)를 급여화할 수도 있으며, 4대 중증질환을 추가 부담없이 보장해 줄 수도 있다.

 현재 흡연자는 건강증진법상 1갑(2,500원)당 354원의 부담금을 내고 있으나, 정작 질병을 유발시킨 댓가로 엄청난 수익을 취하는 원인제공자인 담배회사 KT&G(2002년 12월 민영화 이후 현재 정부지분이 없는 다국적기업)를 예로 들면, 2011년 당기순이익 1조308억원, 2012년 7251억원을 올리고도 어떤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 것이 과연 사회적 정의와 형평성 차원에서 정당한 것인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캐나다의 담배관련 소송사례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두 나라의 공통적인 사례는 담배소송은 거대한 담배 회사를 상대로 하므로 경제적 부담이 클 뿐만 아니라 난해한 법적 공방이 뒤따르기 때문에 치료비용을 지불한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메디케이드)과 캐나다는 세금으로 의료보장을 해주기 때문에 주(州)정부가 나섰지만, 사회보험체계인 우리는 건강보험료에서 진료비용이 지출되므로 보험재정을 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나서야 한다.

 미국은 1993년부터 주정부가 집단소송을 통해 필립모리스 등 4대 메이저 및 군소업체에서 2,460억 달러(약 260조원)를 변상하기로 1998년 합의했다. 또한, 플로리다주는 위해한 물건을 제조한 사업체에게 주정부가 ‘의료비용’ 배상청구가 가능하도록 1997년 입법화했다.

 2000년,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정부는 ‘담배손해 및 치료비배상법(Tobacco Damages and Health Care Costs Recovery Act)’을 제정하였고, 담배회사들의 위헌소송에 대해 캐나다 연방대법원의 최종적 합헌결정(2005년 9월)이후, 100억 달러 규모의 소송이 진행중이다. 2013년 5월, 온타리오주에서는 500억 달러(한화 약 53조원)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선고되기도 했다.

 캐나다의 ‘담배손해 및 치료비배상법’ 핵심 내용은 ①의료보장에 사용한 진료비 회수에 대해 주정부의 직접적 소송권한을 인정하고, ②인과관계와 손해에 대한 주정부의 입증책임을 완화시켰고(흡연자의 발병 원인이나 개인별 의료비 규모에 대한 입증을 요구하지 않음), 반면에, ③담배회사가 흡연자들이 담배로 인해 해를 입지 않았음을 입증하게 하였으며, ④손해액 또한 총계기준으로 산정토록 한 것이다.

 담배소송에서 가장 힘든 것이 피해의 개별 입증인데, 미국과 캐나다의 관련법은 개별입증 대신 ‘통계’를 통해 의료비용을 산출할 수 있게 하였으므로, 우리나라도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담배소송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회는 즉각 ‘담배손해 및 치료비배상법’을 입법해야 한다. 아울러, 건강보험공단은 즉각 ‘진료비 환수’를 위한 담배소송을 제기해야 할 것이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인 개인 담배소송이 패소하여 담배회사에 면죄부를 준다면 공단이 담배소송을 제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서울고등법원이 흡연폐해를 인정한 ‘폐암 중 소세포암’(공단부담금 432억원)과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에 대한 소송을 시작해야 한다. 승소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담배소송근거법 제정을 위한 국민의 공감대 형성에 커다란 모멘텀(Momentum)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금연과 흡연규제 정책에도 공단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금연(흡연치료)에 소요되는 의료비용을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하는 것, 담배값 인상에 대한 논리를 제공하는 것, 금연단체와 함께 금연 홍보 및 금연캠페인 등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의료급여비용을 지출한 정부(보건복지부)를 비롯한,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와, 154개 기초자치단체도 자신들이 분담한 만큼의 의료급여비용 환수를 위해 담배소송을 제기하여 전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복지재정 누수를 차단하여 건전한 건강보험제도가 견고하게 뿌리내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국민행복을 담보하는 길이다.

* 외부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취지와 다를 수 있습니다.

글/강신두 동래구 의회 의원